지난해 고교야구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진 오른손 투수 심준석(나이는 19세, 덕수고 졸업 예정)이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 MLB닷컴은 16일(한국시간) "피츠버그 파이리츠가 한국 출신 투수 심준석,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외야수 레이먼드 모라와 입단에 합의했던 상황이다"고 전했답니다.
MLB 30개 구단은 현지 시간으로 2023년 1월 15일부터 25세 미만 국제 아마추어 선수(미국·캐나다·푸에르토리코 이외 지역에 거주하는 16세 이상 선수)를 영입할 수 있다. 계약금 총액 한도도 이날 갱신되는데, 국제 아마추어 선수 영입 마감일인 12월 15일까지 피츠버그가 쓸 수 있는 돈은 총 580만달러(약 71억원)입니다.
심준석의 피츠버그행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디애슬레틱스는 지난 12일 "심준석의 피츠버그행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는 MLB닷컴이 선정한 국제 유망주 랭킹 10위에 오른 선수"라고 전했다. 피츠버그 팬사이트 럼버터는 "심준석은 신체 조건과 구속 모두 뛰어난 대형 신인이다. 인재를 계속 영입해야 하는 피츠버그에 아주 좋은 기회"라며 반기기도 했답니다.
MLB닷컴은 심준석의 피츠버그 입단 합의 소식을 전하면서 "그는 평균 시속 94~96마일(약 151~154㎞), 최고 시속 100마일(약 161㎞)의 빠른 공을 던진다. 12시에서 6시 방향으로 떨어지는 커브를 갖췄고, 자신이 가진 모든 구종을 잘 컨트롤한다"며 "좋은 신체 조건(키 1m94㎝·체중 97.5㎏)을 바탕으로 투구 폼과 신체 능력이 더 좋아지고 있다"고 소개했답니다.
MLB닷컴은 또 "심준석은 미래에 슬라이더와 체인지업도 플러스 구종으로 선택할 수 있다"며 "10대 초반부터 강속구를 던지고 침착하게 투구하는 심준석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면, 박찬호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고 덧붙였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였던 박찬호는 강속구와 낙차 큰 커브를 앞세워 빅리그 통산 124승을 올렸다. 그가 마지막으로 몸 담은 MLB 구단도 피츠버그였다.
심준석 역시 최고 구속이 시속 157㎞에 달하는 오른손 정통파 투수다. 덕수고 1학년 때 이미 시속 150㎞를 넘겨 MLB 스카우트들의 레이더에 포착됐다. 지난해 3월 MLB 수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와 대리인 계약을 한 뒤 2023 KBO 신인드래프트 신청을 포기하고 미국 도전을 택했다. 심준석을 데려오기 위해 꾸준히 물밑작업을 한 피츠버그는 국제 아마추어 선수의 신규 계약이 시작되자마자 영입을 공식화했습니다.
피츠버그는 박찬호와 심준석 외에도 한국인 선수와 인연이 깊다. 은퇴한 내야수 강정호와 새 소속팀을 찾고 있는 내야수 박효준이 피츠버그를 거쳐갔다. 지금은 또 다른 한국인 내야수 배지환이 소속돼 있고, 지난해 11월엔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뛰던 거포 내야수 최지만도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낯선 미국땅에서 마이너리그 첫 단계부터 밟아 올라가야 하는 심준석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관심을 모았던 심준석의 계약 금액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미국 구단과 계약하면서 역대 가장 많은 계약금을 받은 한국인 선수는 1999년 225만 달러를 받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입단한 투수 김병현이다. 2001년 160만 달러를 받은 류제국(시카고 컵스), 2000년 137만 달러에 사인한 추신수(시애틀 매리너스)가 그 뒤를 이었답니다.